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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솟아오른 듯한 얼굴, 중력을 거스른 물방울 같아 보이는 두상과 어디에선가 본듯한 익숙한 표정, 꿈 속에 등장한 낯익은 얼굴을 보는 듯하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노란 피부의 동그란 얼굴들이 각각 다른 형태의 얼굴로 표현되고 있다.
스토리지 B2층 전시관 전경, 관람객들에게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어딘가 모르게 친숙하면서도 몽환적이다.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전시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개최된 <오스제미오스: 유 아 마이 게스트> 전시장 풍경이다. 브라질의 토속적인 전통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선을 표현한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전시한다. 서정적인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초현실적인 공간 설치로 무의식의 세계를 그들만의 페르소나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전시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7월 15일(수)부터 10월 11일(일)까지 <오스제미오스: 유 아 마이 게스트> 전시회가 개최된다.
초현실세계로의 초대, 오스제미오스포르투갈어로 쌍둥이라는 뜻의 오스제미오스는 일란성 쌍둥이 구스타보 판돌포, 옥타비오 판돌포 형제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작가 그룹이다.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루에서 이른바 거리 예술로 불리는 그래피티(graffiti) 아티스트로 시작해 현재 전세계를 무대를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세상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오스제미오스는 당초 이번 전시 준비를 위해 한국에 방문하기로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브라질의 해외 입∙출국 자체가 금지되면서 이번 전시와 관련해 진행하기로 했었던 그래피티 작업 또한 모두 취소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전시회를 위해 작품 배치 하나하나에 작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전시 진행요원들의 유니폼까지 작가들이 직접 디자인할 정도로 공간과 그 공간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에 오스제미오스가 직접 관여했다”고 말했다.
<마이 리마 오렌지 트리 My Lima Orange Tree>. 화려한 색감의 배경에 활짝 팔을 벌린 인물이 관람객들을 환영하는 듯 하다.(왼쪽)
노란 얼굴의 가늘고 긴 팔다리로 표현된 인물들은 인종과 문화를 넘어선 보편적인 인간을 평등하게 표현하고 있다.(오른쪽)
스토리지 B3층에 전시된 <플래닛 Planets>, 관람객들에게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어딘가 모르게 친숙하면서도 몽환적이다.
오스제미오스의 작품 안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도상들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 <마이 리마 오렌지 트리 My Lima Orange Tree>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나무 밑동에서 마치 식물이 자라나듯이 사람이 뻗어 나오는데 그 눈썹과 머리카락이 나뭇잎사귀처럼 초록색을 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생김새가 항상 유사한 것 또한 특징이다. 노란 얼굴에 나무젓가락처럼 가늘고 긴 팔다리로 표현된 인물들은 작가들의 트레이드마크로, 스트리트아트는 물론 회화 작업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작가들의 페르소나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우리 인간을 은유하기도 한다.
이 캐릭터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작품의 소재로 쓰였다. 인간의 두상과 얼굴을 거대한 풍선과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작품 이름은 <플래닛 Planets>. 2차원의 공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던 캐릭터들이 3차원의 공간 속에 불쑥 튀어나온 듯 하다. 유머러스하게 변주된 남성과 여성 캐릭터가 마치 우주에 떠 있는 행성처럼 어두운 전시장에 빛을 밝히며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풍선 얼굴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우주 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B3층에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띵킹 Thinking>은 134개의 크고 작은 오브제로 이루어진 대형 설치작품이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목각 인형, 화려한 색채의 장식품, 버려진 거울, 이름 모를 초상화 등 브라질 민속 공예품과 브라질 로컬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오랜 기간 오스제미오스가 직접 골동품 가게들을 돌며 수집한 그들만의 컬렉션이다. 그들의 회화나 조각에 등장하는 주요 모티프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각각의 오브제들은 독립된 작품으로 존재하면서 다시 하나의 예술로 재 탄생됐다.
브라질 전통문화와 8-90년대 팝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띵킹 Thinking>은 134개의 크고 작은 오브제로 구성되어 있다.
다민족 국가이며 다양한 문화의 모자이크라 평가되는 브라질에서 성장한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수집품으로 구성된 감각의 아카이브이다.
오스제미오스에게 음악은 언제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스토리지 전시회 논의를 위해 작년 한국에 입국했을 땐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 굉장히 만족하며 직접 바이닐을 여러 장 구입했고 그 중에는 국내 뮤지션 바이닐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언젠가 국내 뮤지션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브라질 음악의 영향을 받아 제작한 작품도 있다. 76개의 패널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1980년대 브라질 대중음악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작가들만의 감성으로 재 작업한 것들이다. 작가들이 자주 활용하는 색채와 즉흥적 터치, 언어의 사용은 앨범의 기존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게 변주시키기도 하며, 또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한다.
1980년대 브라질 뮤지션들의 앨범커버로 이루어진 이번 작품은 작가들이 성장기에 접했던 브라질의 대중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종합예술가 오스제미우스의 영감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오스제미오스는 “이번 전시는 영혼의 행성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전시로, 우리의 꿈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 마련했다”며 “이 공간을 들어올 때 마치 공간을 날아다니는 듯,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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